동물원에서 멸종 피한 몽골 야생말

운영자 0 229 2017.12.20 10:49
▲ 프레제발스키 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유럽, 미국의 동물원에서 살아남은 야생말이 방사된 몽골 후스타이 국립공원의 풍경. 노정래 제공
▲ 프레제발스키 말은 20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로 소개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지역에 방사되기도 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 독일 쾰른동물원의 프레제발스키 말.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애니멀피플] 노정래의 동물원 탐험
야생에서 멸종됐지만 미국·유럽서 생존
몽골 후스타이에 방사되어 서식 중
이거야말로 동물원의 존재 이유 아닐까

옛말에 ‘말을 낳으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을 낳으면 한양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제주도가 말이 살기에 최고의 지역이라 붙여진 말이다. 태어난 아이 또한 한양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큰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 말했다. 글로벌 시대인 요즘엔 말을 낳으면 몽골로 보내고, 사람을 낳으면 중국으로 보내야 할지 모른다. 끝도 한도 없이 펼쳐진 몽골의 초원은 말이 살기에 최고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펼치며 다시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 거침없이 뻗어가고 있어서다.
몽골은 한국보다 추워 첫눈도 9월이면 내린다.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지만 습도가 낮아 체감온도는 한국에서 최고 추울 때 정도다. 한반도보다 16배 넓은 몽골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이 초원에 봄부터 가을까지 동물들이 좋아하는 풀이 가득하다. 말, 염소, 양, 소, 야크, 낙타가 초원의 주인이다. 초원에 사는 가축 숫자가 몽골 인구보다 훨씬 더 많다.

겨울 늑대는 말을 노린다

초원에서 원 없이 풀을 뜯어먹어 가을에는 가축들 살이 토실토실 오른다.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이 문제다. 배불리 먹지 못하는 겨울에는 살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를 들자면, 가을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소 한 마리를 50만~60만원이면 산다. 하지만 이른 봄에는 30만원이면 좋은 놈으로 골라서 살 정도다. 거의 반값으로 뚝 떨어진 걸 보면 어느 정도 살이 빠졌을지 상상이 갈 것이다.

소와 달리 몽골 야생말에게 칼바람 추위 정도는 문제없다. 가을이 되면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솜털이 촘촘하게 나 찬바람을 막아준다. 겨울엔 마른 풀을 뜯어 먹고 눈이 오면 발로 눈을 후벼 파내 풀을 찾는다. 대대손손 해 온 일이라 어렵지 않다.

겨울에 가장 큰 문제는 늑대의 습격이다. 늑대 먹이인 설치류들이 겨울나느라 땅속에 꼭꼭 숨어있어 굶는 날이 많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는 옛말처럼 배고프면 뭐든 사냥한다. 굶주린 늑대가 선호하는 표적이 어린 염소와 양이다. 간혹 망아지가 습격당하기도 한다. 다 큰 어미 말 옆구리에 할퀸 흔적은 어릴 때 늑대에게 당했던 상처 자국이다. 사실 늑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 사람들이 망아지건 어미 말이건 잡히는 대로 잡아먹었다.

13세기 칭기즈칸이 이끄는 병사들이 중국 및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야금야금 점령하고 유럽에 진출하려던 계획은 군량미가 충분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당시 육포가 한몫했다. 육포는 고기를 말린 것으로 빼빼 말라 보관 및 휴대하기 좋고 물에 부풀리면 양이 많아져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다. 육포가 전투식량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이 많았다는 증거다. 몽골 사람들은 대체로 고기를 좋아한다. 4인 가족이 한 해 말 1~2마리와 소 2~3마리는 보통이며, 가끔 염소나 양을 간식처럼 먹는다니 고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짐작이 된다.

자연환경 파괴는 16세기 유럽이 팽창되면서부터 시작해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인구증가로 숲과 황야가 개간되고 습지가 메워져 농경지와 택지로 바뀌면서 동물들의 생활 터전이 서서히 감소했다. 아울러 식량, 모피와 부산물이 필요해 재미로 동물을 죽이기도 했다. 예로서, 콜로세움 개관기념 축제 100일 동안 9000마리 동물을 죽였고, 트라야뉴스 황제가 다키아를 정복해 식민지 확장 기념으로 1만1000마리 동물을 죽였다고 한다. 들소는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몽골에 야생말이 있었으나 1968년 몽골 야생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 멸종되었다. 멸종 원인으로 몽골 야생말인 ‘프레제발스키 말’(Equus ferus przewalskii, 몽골에서는 타이(Takhi)로 명명)과 가축화된 말(Equus caballus)이 잡종이 되어 야생종이 멸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와 사람들이 야생말을 잡히는 대로 잡아먹었던 것도 멸종을 부채질했을 것이다. 야생에서 종 유지에 필요한 최소 개체 수가 되지 못해 가축화된 말과 잡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많은 동물들이 자연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자 부랴부랴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게 19세기다. 미국은 1916년에, 한국은 1967년에 국립공원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몽골에서도 멸종된 동물 복원에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다행히 몽골 야생말이 유럽 동물원에 54마리가 있어 대가 끊이지 않았다. 네덜란드 동물원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동물원들이 도와 복원 작업이 싹텄고, 1980년에 번식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해 순수혈통인 개체를 얻기 시작했다. 복원 프로젝트는 거침없이 진행되어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1992년 처음으로 15마리를 방사해 2000년까지 84마리를 방사했다. 그 덕에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가면 자연스럽게 노는 야생말을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없지만 2~5마리씩 무리 지어 사는 가족이 눈에 띈다. 2016년 자료에 총 350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곳은 쌍안경을 가져가면 좋다. 얼마 전에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갔는데, 쌍안경 챙기는 걸 깜박 잊어 먼 곳에서 노는 것만 봐서 아쉬웠다. 그렇지만 동물 복원의 상징적 장소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동물원에서 대를 이은 프레제발스키 말

하마터면 몽골 야생말 타이는 야생에서 멸종될 뻔했었다. 네덜란드 동물원과 유럽, 미국에 있는 동물원의 노력 덕택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일이 종 보전이며 동물원에서 할 일이다. 동물원의 존재 이유다. 야생에서 멸종되던 당시 동물원에서 보유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지구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몽골 여행은 타임머신을 타고 13세기를 여행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자연스러운 곳이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여행 내내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그야말로 오지 여행이다. 하지만 느끼고 얻는 것도 많아 몽골에 한번 발을 디디면 다음 해에 다시 오는 사람도 많다. 몽골에 여행가시면 후스타이 국립공원에 한 번 가 보시길 권한다.

이곳은 이미 멸종한 동물을 복원한 곳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후스타이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게르가 국립공원 입구에 있다. 이런 의미로 서양 사람들이 몽골에 오면 하루씩 묵어가는 곳이다. 후스타이 국립공원이 워낙 넓어 몽고 야생말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곳엘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

[출처 : 한겨레]
운영자 0 229 2017.12.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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